SUNY Korea (한국 뉴욕주립대) F.I.T 프로그램 부디렉터 및 교수로 재직중인 구본국.
SUNY Korea (한국 뉴욕주립대) F.I.T 프로그램 부디렉터 및 교수로 재직중인 구본국.

 

[센머니=김인하 기자] 유행에 가장 민감한 분야는 뭐니 뭐니 해도 ‘패션’이다. 작년과 다른 올해의 유행 컬러, 소재, 매치 포인트까지. 조금만 뒤처지면 어느새 촌스러운 사람이 되고 만다.

그렇다면 유행을 선두해야 할 패션 디자이너들은 트렌드를 어떻게 파악할까?

구본국 디자이너는 트렌드를 파악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했다. 첫 번째는 본인 스스로 트렌드를 파고드는 방법이고 두 번째는 브랜드별 시즌 컬렉션 수천 수 만가지를 모두 빠짐없이 챙겨 보는 방법. 

타고난 재능에 열정까지 겸한 것으로 보이는 그는 역으로 남들보다 부족한 것이 많다는 생각에 항상 '2배' 이상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끊임없는 노력이 지금의 본인을 만들었다는 그. 세계적 패션 디자이너로서의 그의 삶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이어보았다. 

 

패션쇼 진행을 성료한 디자이너 구본국의 모습 (제공 : 구본국)
패션쇼 진행을 성료한 디자이너 구본국의 모습 (제공 : 구본국)

 

Q.디자인할 때 영감은 주로 어디서 받는 편인가?

저의 이력 사항을 보면 아시겠지만 커스텀 디자인, 유니폼 디자인 등 활동하는 영역이 다양하다. 그래서 영감을 받는 영역 역시 제각각이다. 예를 들어 컬렉션 준비를 할 때에는 새로운 트랜드를 이끌어 나가야 하기 때문에 동종 업계인 패션쪽 보다 미술 아트나 건축물 등에서 영감을 받을 때도 있다. 때에 따라 영화나 오페라 등을 보고 다양한 생각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특정 한가지 분야가 아닌 다양한 곳에서 무궁무진한 영향을 받고 있다. 

Q.정말 브랜드별 모든 컬렉션을 하나도 빠짐없이 챙겨보나?

그렇다. 물론 이게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사실 정말 타고난 분들은 나름의 해석으로 분석하는 수준에서 끝내겠지만 저는 정말 모든 것을 다 보고 익혀야 눈에 들어오고 정리가 된다. 어찌 보면 성격 탓 같기도 하다. 무식할 정도로 파고들다 보면 그냥 뇌에 자동으로 저장되는 수준이 되는데 이렇게 봐야 스스로 안심이 되고 직성도 풀린다. 

Q. 많은 노력들을 해서 그런가 정말 디자이너의 엘리트 코스만 밟아온 것 같다.

저 역시 실패와 좌절감을 맛보는 순간도 많았다. 저 같은 경우 순수미술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그림을 제대로 그려 본 적도 없고 흔하다는 미술학원도 다녀본 적이 없다. 그래서 지금도 기술적인 부분에서 뒤처진다고 느끼는 부분들이 많아 더 노력해야 한다고 항상 생각한다. 예를 들어 남들이 프로젝트 하나에 이틀을 소요한다고 했을 때 저는 나흘 밤을 새서 하나를 만들어 내고 이런 식이다.

Q. 항상 결과물을 내놔야 하는 직업. 의상을 선보이기 전 부담스럽거나 신경 쓰이는 부분들이 여전히 많은가?

당연하다. 디자인이 한 사람 맘에 든다고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에 일했던 브랜드에서는 해당 브랜드에 대한 구매층이 단단히 확보된 상태에서도 부담감은 존재했다. 구매 고객을 꾸준히 끌고 나가야 하고, 새로운 잠재 고객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밴더사의 경우 판매 수치가 굉장히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에 아무래도더 큰 신경을 썼던 것 같다.

Q. 디자이너로서 가장 보람된 순간은 언제였나?

제가 만든 의상을 입은 한 고객분이 너무 마음에 드셨던지 의상에 관한 마음을 편지로 써 직접 회사로 보내신 적이 있다. 그때 당시 디자이너로서 굉장한 뿌듯함과 행복감을 느꼈다. 일을 하면서 감사하게도 때에 따라 그런 일들이 생긴다. 물론 현재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이다 보니 저 자신의 개인적인 보람보다는 학생들이 단계별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며 보람된 마음을 느끼고 있다. 

Q. 결과물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의상이 있다면?

모든 의상을 작업할 때 투여되는 시간과 정성이 있기 때문에 애정의 정도는 수치화 할 수 없다. 그런데 학생 때 만든 작품들은 정말 평생 간직할 것 같다. 작품은 좋은 기회가 있어서 학교에서도 한번 전시를 한적이 있다. 의상들을 보면 그때 생각도 나고 감회도 새롭다.

구본국 디자이너가 만든 의상 중 일부 (제공 : 구본국)
구본국 디자이너가 만든 의상 중 일부 (제공 : 구본국)

Q. 이제 업계 내 대선배, 후배 디자이너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다른 전공과는 달리 패션 분야는 남이 시켜서가 아닌 본인의 99% 선택으로 온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아는 분들은 알겠지만 패션은 그리 큰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 그만큼의 기대감과 꿈을 안고 시작했을텐데 실제로 일을 하다 보면 기대했던 것과 다른 괴리감을 느끼고 중간에 다른 진로를 찾는 친구들도 많다. 그게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빨리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이 현명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끝까지 가기로 결심했다면 주변의 어떠한 말에도 흔들리지 않고 정도(正道)를 갔으면 좋겠다.

하고 싶은 것을 꼭 해야 직성이 풀린다는 그는 본인 브랜드 론칭 때 있었던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한 유명 디자이너는 브랜드 론칭을 생각하는 그에게 한마디로 ‘하지말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하기 시작했다면 ‘절대 멈추지 말라’고 덧붙였다고. 지금 생각하면 너무 이해가 가는 말이라는 그는 본인과 같은 길을 걷고 싶은 후배들에게도 똑같은 조언을 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그에게 최종 꿈을 묻자, 그는 꾸준히 일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현재 하고 있는 교직 생활이 너무 좋고 보람되고 여전히 다양한 업체와 새로운 프로젝트를 꿈꾼다고 한다. 죽을 때까지 현업에 종사하고 싶다는 그는 계속해 색다른 프로젝트와 협력을 원하니 학교로 많은 문의를 바란다는 정말 '그'다운 멘트를 건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저작권자 © 센머니 (SEN Mone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