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용 문화감독
정두용 문화감독이 SNS만연 현상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전했다. 

Q.간략한 본인 소개를 하자면?

안녕하세요. 문화예술 NGO이자 창작그룹인 청년문화허브에서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정두용입니다. 문화기획자, 활동가, 무규칙 이종 예술가로 즐거운 건 즐거운 데로 힘든 건 힘든 대로 마음껏 즐기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Q.현시점 청소년과 젊은 층이 느끼는 문화는 무엇이고, 청년문화의 문제점은 없나?

글쎄, 문화가 워낙 광범위한 개념이고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가지니까 말하기 좀 애매한데요. 예술이나 행사 위주가 아닌 ‘삶과 일상’으로서의 문화라는 관점에서 이야기를 하자면 지금 청년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키워드로 ‘워라밸’, ‘소확행’, ‘취미생활 중시’ ‘유튜브’, ‘느슨한 연결’, ‘결혼과 출산에 대한 당위성 탈피’가 우선 떠오르네요.

이 중에서 딱 하나만 꼽자면 워라밸(work-life balance)인데요. 지금 청년들은 삶과 일의 균형, 여가생활, 자기만의 자유시간, 취미활동 등 이런 부분에 대해 전 세대에 비해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공무원이 요새 인기 있는 이유는 안정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워라밸을 상대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도 큽니다.

문제점에 관해서는 개인적으로 어떤 특정 세대 문화에 관해 ‘문제점’이라고 이야기하는 게 그렇게 와 닿지는 않아요. 모든 세대는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왔고 각 시대 상황에 맞는 ‘특징’, ‘경향성’을 가진다고 보는 게 적절한 것 같아요.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온 세대에게 다른 시대를 산 세대가 본인 관점에서 자기 세대 이야기를 말하는 게 바로 꼰대인 것 같아요. 물론 모든 사람은 본인의 창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니까 세대 간 문화적 충돌이 발생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지만요. 오히려 현재 청년문화 ‘정책’의 문제점이 뭐냐, 개선점이 뭐냐 라고 하면 할 이야기가 많이 있겠네요. ^^

Q.청소년과 젊은 층의 생활의 일부가 된 SNS 문화 현상에 대한 견해를 전하자면?

인간(人間)이라는 단어를 들여다보면 말 그대로 ‘사람 간의 사이’ 잖아요. 기술의 발전을 한마디로 말하면 이 사람 간의 공간적, 시간적 사이 즉 물리적 간격을 줄여온 거라고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일리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이 되고 SNS도 그런 측면에서 사람 간의 물리적 거리를 좁히는 자연스러운 기술의 발전이라고 생각해요.

Q.본인은 SNS를 사용하는지 여부와 사용한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저는 현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모두 계정은 가지고 있지만, 업무상으로만 사용하고 일상에서는 사용하지 않고 있어요.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그냥 개인적인 이유인데 저는 다른 사람들 소식이 그렇게 궁금하지도 않고, 제 소식을 그렇게 표현하고 싶지도 않더라고요. 더 정확히 말하면 요새는 오히려 정보의 과잉 시대이다 보니 알고 싶지 않은 소식, 정보까지 너무 접하게 되다 보니 오히려 의식적으로 정보를 차단하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어쩌면 이건 제가 직업적인 특성상 여러 대외 활동, 교류 등을 하다 보니 만나는 사람이 꽤 많아서 일수도 있어요. 글 쓰는 지금 제 핸드폰 연락처를 봤더니 2500명 정도의 전화번호가 있네요. 원래 친근한 몇몇 사람들하고나 혼자 노는 걸 즐기는데 어쩌다 보니 직업상 새로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교류하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반작용으로 더더욱 SNS에서는 굳이 사람들과 교류할 필요를 못 느끼는 것 같기도 해요. 저는 SNS 할 시간에 제 짝꿍, 친한 친구들과 더 교류하고 제가 좋아하는 취미활동 하고 이게 더 좋더라고요.

제 생각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SNS는 요새는 SIS(Social Information Service)라는 말이 오히려 더 적절하지 않을까 싶어요. 정보를 서로 주고받는 플랫폼 성격이 점점 더 부각되는 느낌입니다.

Q.SNS의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 두 양면성에 대해 말하자면?

SNS의 긍정적인 면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사람 간의 물리적 거리를 줄이는 데 있어서 아주 획기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페이스북, 인스타, 트위터 등을 통하면 시간적, 공간적 거리라는 제약에서 벗어나게 되지요. 한국 내에서의 물리적 거리는 말할 것도 없고 해외의 지인들 소식을 듣고 내 소식을 전하는 것도 아주 간단하니까요. 또, SNS가 있기 전 평소 교류하는 사람이 50~100명이었던 사람들이 이제는 가뿐하게 몇 백명과 교류하게 되었죠. 인간관계의 규모와 범위 즉 ‘관계의 양’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됐어요.

아쉽게도 ‘관계의 질’은 관계의 양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과 반비례해 낮아져 버린 것 같아요. ‘SNS를 하면 할수록 웬일인지 더 공허해지고, 외로워지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참 많아졌어요. 하루 종일 틈틈이 SNS를 하지만 사실 그런 관계 대부분이 신기루 같은 가짜 관계인 것 같다고요. 인간관계의 양은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막상 그 중에서 편하게 연락할 수 있는 관계는 열에 한 명도 안 된다고요. 페북, 인스타를 통해 좋아요도 누르고 댓글도 달긴 하지만 막상 전화하려면 왠지 불편한 사이, 편하게 연락하고 만날 수는 없는 사이라는 거지요.

사람 간의 ‘물리적 거리’는 줄어들었지만 ‘정서적 거리’는 오히려 늘어나게 된 거지요. 이런 현상의 원인이 SNS 때문만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SNS의 피로감과 우울감에 대해 이야기 하는 건 흔한 일이지요. 제 생각엔 SNS에서는 자꾸 진짜 내 모습, 자연스러운 내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허구의 나’, ‘판타지의 나’를 보여주게 되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어요.

‘나 이렇게 멋지게 살아’, ‘나 이렇게 좋은 거 먹고 다녀’, ‘나 이렇게 좋은 일 해’, ‘나 이런 생각도 하고 똑똑하지?’. 자꾸 이런 가짜 나를 만들어서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보니까 오히려 실제 세계인 리얼 월드에서는 깊이 있는 관계 맺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Q.SNS가 문화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평가를 해보자면?

역시 삶과 일상으로서의 문화라는 관점에서 이야기를 하자면, 역설적이지만 문화의 ‘다양성’과 ‘획일화’가 동시에 떠오르네요. 사람들이 SNS를 통해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문화 생활, 여가 생활, 취미 생활 등을 새롭게 접하며 문화의 다양성이 넓어진 측면도 있고, 반대로 사람들이 그때그때마다의 유행, 트렌드에 맞춰 모두 비슷하게 금방 따라가다 보니 획일화되는 측면도 있고요. 문화 하면 뭔가 개방성 같은 게 떠오르는데 사실 문화는 오히려 폐쇄성에서 생긴다는 이야기도 많이 하거든요. 폐쇄적이고 단절되어 있어야 아주 개성 있고 독특한 문화가 발생 한다고요. 너무 개방적이고 교류가 활발하면 오히려 비슷비슷해지거든요. 물론 새로운 문화를 접하게 됨에 따라 영감과 자극을 받는 면도 있고요. SNS가 문화에 미치는 양면성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Q.코로나19로 문화 예술계에도 많은 타격이 왔을 것 같은데?

상상하기 힘드네요. 공연, 전시 등 예술 활동 관점에서 문화를 이야기하자면 일단 코로나19로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는 분야가 문화예술 분야입니다. 공연, 축제 등이 전부 다 취소되고 있으니까요. 세계 최고의 종합 공연예술 기업인 캐나다의 ‘태양의 서커스’가 얼마 전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는 소식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성공적인 문화예술 기업 사례로 아주 흔하게 소개되던 곳이 바로 태양의 서커스였거든요. 이름은 서커스지만 그야말로 종합 공연예술의 선두에 있던 기업이었는데 현재 공연 취소로 부채가 1조 2천억에 달하고, 전체 인력의 95%인 4,500명이 무급 휴직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문화예술계는 낭떠러지 앞에서 떨어지는 순서를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봐야겠네요. 물론 게임, 유튜브 등 랜선 콘텐츠와 출판 분야는 오히려 성장하는 측면이 있고요. 공연예술, 전시예술 쪽은 아주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고요.

Q.포스트코로나19 시대, 문화적 변화에 대해 예측해 보자면?

글쎄, 예측 자체가 현재 상태로는 무의미한 것 같습니다. 현재 문화예술인들이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너무 고통받고 있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여러 지원과 새로운 시도와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제가 느끼기엔 아직 모두 임시방편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요. 지금 인류가 바이러스와 싸우는 3차 세계대전이라고 말할 정도니까요. 만일 코로나가 내년 말까지 간다고 한다면 정말 문화예술계는 어떤 의미에서든 대전환의 시대가 시작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건 문화예술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분야에 해당하는 일이겠지만요. 아마 대전환의 시대에 잘 적응하는 문화예술기업, 단체 등은 오히려 굉장히 흥할 수 있고 적응에 실패한 곳들은 살아남기 힘들지 않을까 싶네요.

Q.끝으로 문화감독으로서 청소년과 젊은 층에 바라는 점은?

기성세대는 자꾸 미래 세대에게 원하는 점, 바라는 점을 이야기하는데요. 저는 자주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미래 세대에게 필요한 건 조언이나 충고가 아니라 응원과 격려와 투자(지원)라고. 오히려 이제 40대가 된 저에게 미래세대들이 바라는 점을 이야기해 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제가, 혹은 저희 세대가 여러분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뭐가 있을까요?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하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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