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연속성 보장 등을 위한 연임 찬성 목소리 업계에서 나오며 농협법 개정 추진
하지만 현 회장의 '셀프 연임'이 아니느냐는 지적에 반대 여론도 높아
잊을만하면 터져나오는 농협의 횡령 사건 등…연임보다는 신뢰성 회복이 먼저 아닐까

농협 CI(자료=농협중앙회 홈페이지)
농협 CI(자료=농협중앙회 홈페이지)

[센머니=박석준 기자] 최근 시중 은행들의 수장 임명을 두고 '관치 논란'이 일었던 것과 달리 농협에서는 '셀프 연임' 논란이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국회에 농협중앙회장 연임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농업협동조합법(이하 농협법)이 상정되어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일부 의원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사진=농협중앙회 전경
사진=농협중앙회 전경

◆ 사업 연속성 등 보장 위한 연임 찬성 목소리 높아

현재 농협은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이끌고 있다. 현행 농협법에는 농협중앙회장의 임기는 4년으로 중임이 불가능하게 되어 있다. 

농협중앙회장은 과거 정부 임명직이었다가 1988년 조합장에 의한 직선제로 바뀌며 연임을 포함한 중임이 가능했다. 하지만 연임에 성공한 회장들이 잇달아 횡령, 뇌물 수수 등의 사건을 일으키며 2009년 연임과 중임을 제한한 바 있다. 

하지만 농업계에서는 중장기적 농업 진흥과 사업 연속성 보장을 위한 연임 허용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연임제 도입 관련 설문조사에 참여한 조합장 1,045명 중 927명(88.7%)이 법률 개정에 찬성하기도 했다.

이에 2021년 더불어민주당 윤재갑 의원의 농협법 개정안 발의를 시작으로 김승남 의원,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 이만희 의원 등이 연임을 1회 허용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해당 개정안은 찬반 논쟁 끝에 지난해 12월 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해 상임위와 본회의 통과 절차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전협노 관련 보도자료(2023년 1월 30일, 자료=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홈페이지)
전협노 관련 보도자료(2023년 1월 30일, 자료=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홈페이지)

◆ 하지만 과도한 권한 집중, 과거 사례 등에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아

하지만 반대 의견의 이유도 뚜렷하다. 연임에 성공했던 과거 회장들의 전력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과도한 권한이 몰리면서 비리가 속출했기 때문에 연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더불어 현직 회장을 위한 '셀프 연임'이 아니느냐는 지적도 잇따른다. 실제 농해수위 내부에서도 신정훈·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미향 무소속 의원 등은 반대 입장이 뚜렷하다는 소식이다. 

윤준병 의원은 지난해 12월 19일 농협중앙회장의 권한과 책임을 일치시키고 농협중앙회장 연임제를 도입하더라도 이를 개정 시 회장에게는 적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셀프 연임'은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농업계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는 있다.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이하 전협노)이 지난달 30일 농협중앙회장 연임 허용 법안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들 역시 연임제 자체의 기능보다는 현재 회장에 적용되는 '셀프 연임'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11일 열린 '농협중앙회장 연임제 도입 문제점 토론회'에서 당시 토론자들은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는 헌법 조항을 근거로 들며 현직 회장에게 소급적용되는 연임제 도입이 이성과 상식에 위배됨을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전협노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몇몇 의원을 제외한 다수 의원이 이 농협법 ‘개악안’ 처리에 열을 올리고 있다. 농해수위에서 농협중앙회의 ‘파견 일꾼’으로 일하는 데 여념이 없는 의원들은 정신 똑바로 차리고 법안을 부결 처리하는 것으로 소임을 다해야 한다"며 강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 긍정적 발전을 위한 연임도 좋지만, 내부 문제 해결이 시급하지 않을까

연임제 도입에 대한 찬성 의견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그간 농협은 내부 횡령 등의 문제로 더욱 입에 오르내리며 조직 자체의 신뢰성을 잃어온 탓에 '셀프 연임'이 더욱 부각되는 것 아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지난해 7월, 서울 광진경찰서는 서울 중앙농협 구의역지점에서 고객 돈 약 20억 원을 빼돌린 혐의로 직원 A씨를 입건해 조사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고객이 자신도 모르는 대출을 확인하면서 사건이 밝혀진 것인데 이러한 문제에 대한 농협 자체의 모니터링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었다. 

그보다 앞서 앞서 경기 광주지역 농협에서는 자금출납 업무를 맡은 B직원이 50억 원을 횡령해 본인의 주식 투자와 스포츠 도박 손실을 메우는 데 사용한 것이 전해졌고, 경기 파주시 한 지역 농협이 직원 C씨를 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한 국내매체에서 거제 지역 농협에서 납품 업체와 거래하던 내부 직원 2명이 물품대금을 부풀려 지급하고 이를 되돌려 받는 방법으로 1억 3천여만 원을 횡령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 해당 농협은 이를 농협 조사국에 보고하지도 않았고 횡령금 일부를 변상케 했을뿐 내부 징계나 경찰 조사 의뢰도 없었던 것이 전해지면서 더욱 큰 충격을 줬다. 

과연 농협이 현재 집중해야 하는 부분이 어느 지점인지를 되돌아 봐야 한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저작권자 © 센머니 (SEN Mone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