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제주맥주
사진 : 제주맥주

[센머니=홍민정 기자] 업계 1호 코스닥 상장사인 제주맥주가 지속되는 침체를 겪으면서 결국 경영권을 매각하게 됐다.

상장 당시 제주 지역 정체성을 강조한 맥주 등 차별화된 제품과 사업모델로 주목을 받았지만 결국, 양적 성장에 집중하며 '편의점 맥주'라는 꼬리표를 뗄 수 없게 된 것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제주맥주는 최근 최대 주주 엠비에이치홀딩스와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이사가 보유한 주식 864만 주와 경영권을 101억 5600만 원에 더블에이치엠에 매각하기로 했다.

제주맥주는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적은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맥주는 지난해 말 기준 자본 잉여금이 7억 6600만 원에 그친 반면 누적 결손금은 867억 원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해마다 이익을 내고, 이익 중 배당금을 제외하고 이익 잉여금을 쌓아가야 한다. 그러나, 몇 년간 제주맥주는 순손실이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21년 501억 원, 2022년 742억 원, 지난해 867억 원으로 마이너스 이익 잉여금만 쌓였다.

제주맥주는 2021년 5월 기업공개(IPO) 당시 투자설명서를 통해 2025년까지 추정 실적을 밝혔는데, 2023년 매출액 추정치는 1147억 원, 영업이익은 219억 원이었다. 하지만 실제 실적은 이와는 큰 괴리가 있다.

지난해 제주맥주의 매출액은 224억 원으로 추정치의 19.1%에 그쳤고, 영업손실은 110억 원으로 영업이익은커녕 한 번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손실만 냈다

제주맥주는 수제맥주 업계 최초로 2021년 코스닥에 상장한 업체다. 업계 최초로 상장한 업체인만큼 수제맥주 업계의 성장을 주도해 왔지만 업계에선 최근 계속되는 영업손실과 주가 하락으로 경영권을 매각하게 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매각을 결정한 곳은 더블에이치엠이다.

더블에이치엠은 맥주 사업과는 무관한 서울 성동구 소재 자동차 수리·부품 유통업체로 지난해 매출액은 26억 원, 순이익은 3억 2300만 원을 기록했다.

계약에 따라 더블에이치엠은 매매대금의 10%인 10억 원을 계약금으로 엠비에이치홀딩스에 지급했고, 중도금 51억 원은 다음 달 15일, 잔금 41억 원은 임시주주총회 개최일인 5월 8일 하루 전까지 납입할 계획이다.

다만 이번 매각으로 문 대표는 목돈을 쥐게 됐다. 제주맥주를 설립한 문혁기 대표는 지분율 54.5%로 본인이 최대주주인 엠비에이치홀딩스와 제주맥주의 지분 매각이 마무리되면 문 대표는 55억 원 이상의 현금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업계에서는 제주맥주의 매각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우선, 제주맥주가 업계 최초의 상장사라는 상징성을 고려하면 이번 매각은 수제맥주에 대한 시장의 부정적인 인식을 더욱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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