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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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머니=홍민정 기자] 글로벌 원유 공급의 안정적인 역할을 했던 미국의 셰일 붐이 심상치 않다. 최근 유가 하락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원유 생산 증가세가 둔화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다시 한번 유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2023년 하루 100만 배럴씩 늘어난 데 이어 올해는 하루 17만 배럴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절을 제외하면 2016년 이후 연간 증가폭이 가장 작은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결과는 원유 생산업체들이 생산량을 감축한 데 기인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 국제유가는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기준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인 2022년 3월 127달러까지 올랐다가 지난해 10월 90달러대, 현재 80달러대 초반에 거래되고 있다.

석유탐사 전문기업 베이커 휴즈에 따르면 미국에서 운영되는 석유 굴착장비는 약 500개로 2022년 이후 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석유업계 간 합종연횡 움직임 속에 굴착기를 내려놓은 기업들은 대형 회사에 인수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엔베루스는 지난해 39개의 석유 탐사·생산기업이 상장사에 팔렸다고 집계했다. 이어 최근 엔데버 에너지도 다이아몬드백 에너지에 매각됐다.

S&P 글로벌 커머디티 인사이츠에 따르면 엔데버 에너지 같은 10개 원유 생산기업은 2019년 말~2023년 초 미국 최대 산유지인 퍼미안 분지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가 높을 때 생산을 늘려 가격을 안정시켜 온 엔데버 에너지와 같은 기업의 매각은 향후 원유 생산 감소 신호로 읽힐 가능성이 매우 높다.

증시에 상장된 석유 공룡들 역시 원유 생산 확대보다는 배당 등 주주환원정책으로 주주들의 마음 사로 잡기에 나섰다.

앞으로 미국의 원유 생산량 증가세 둔화 시그널이 이어지면서 시장에서는 유가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중동 불안에도 미국 원유 생산량 증가가 유가 급등을 제한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어 모건스탠리는 올해 미국 원유 생산량 전망치를 하향하며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를 조정했다. 종전 배럴당 75~80달러에서 80~85달러로 상향했다.

이와 관련해, 스탠더드 차타드 은행의 원자재 리서치 수석인 폴 호스넬은 "매우 극적인 기술 혁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원유 생산량) 성장의 용이성은 없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원유 생산량 증가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올해 12월 미국의 하루 원유 생산량이 1년 전보다 66만 배럴 늘어날 것으로 봤다.

굴착장비 감소는 시추 효율성 상승을 의미하고, 기업들 역시 에너지 생산을 늘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챈슬러는 "우리는 이 (석유) 기업들이 반복해서 재등장하는 것을 봐 왔다"며 "2024년 지켜봐야 할 이슈이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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