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머니=박석준 기자] 이달 중순부터 제기됐던 시공능력 16위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현실화됐다. 

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28일 오전 이사회 결의를 통해 채권단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3조원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이하 PF)로 인한 유동성 위기가 결국 발목을 잡았다.  워크아웃은 금융기관 등 채권단의 75% 이상이 동의하면 일시적으로 유동성 문제가 있는 기업의 대출 만기를 연장해주고 추가 자금을 지급해주는 제도이다.

◆ 현실화한 워크아웃, 자산 매각으로 돌파구 찾기 고심

워크아웃과 함께 태영그룹의 자산 매각도 현실화됐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태영그룹은 그룹 내 최대 알짜 계열사로 꼽히는 에코비트 매각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자구책을 채권단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에코비트는 2021년 태영그룹의 TSK코퍼레이션과 KKR의 에코솔루션그룹(ESG) 합병으로 출범한 에코비트는 매립·수처리 사업과 의료·산업 폐기물 소각 및 재활용이 주요 사업이다. 지난해 기준 에코비트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2,500억원이어서 몸값이 최대 3조원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밖에 '오정동 군부대 현대화 및 도시개발사업' 지분(69%)과 사업장 시공권 매각 등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매각을 통해 약 3,000억 원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업계의 관측이다. 

다만 태영그룹 계열사 중 가장 관심이 쏠리는 SBS 매각은 불투명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태영건설 CI(자료=태영건설 홈페이지)
태영건설 CI(자료=태영건설 홈페이지)

◆ 기다렸다는 듯, 금융당국 '힘 보태기'

금융당국도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업계 전반으로 번지지 않도록 최대한 협조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29일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경제수석 등과 함께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갖고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와 관련해 "필요한 경우 시장안정조치를 충분한 수준으로 즉시 확대하겠다"고 언급했다. 

최 후보자는 "태영건설 관련 익스포져(위험에 노출돼 있는 금액)가 금융권 총자산의 0.09% 수준이며 다수 금융회사에 분산돼 있어 건전성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되지만 금융권 스스로 충당금 적립 등을 통해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언급했다.

또 금융감독원 역시 은행권을 비롯한 전 금융권에 태영건설 워크아웃에 따른 과도한 자금 회수 자제 등을 주문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태영건설 협력업체들에 대한 은행권의 적극적인 지원도 유도해 태영건설 협력업체에 대한 금융 지원을 하다 부실이 일부 발생해도 중대 과실이 없다면 면책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 하지만 업계 불안감은 계속…워크아웃 더 나올까

하지만 이런 금융당국의 힘 보태기에도 업계에서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태영건설과 같이 PF 부실과 미분양 문제를 겪는 건설사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와 국내 매체들은 신세계건설, 코오롱글로벌, 롯데건설 등이 PF 우발채무로 인한 유동성 위기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PF 우발채무는 통상 부동산 PF와 관련해선 건설사가 시행사의 대출을 지급보증한 경우를 의미하는데,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이 우발채무 규모가 업계의 뇌관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신세계건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한 바 있다. 올해 9월 말 누적 기준 매출원가율이 99.2%까지 올랐고 대구의 빌리브 라디체(196억원), 빌리브 루센트(114억원), 빌리브 헤리티지(55억원) 등의 분양률이 20% 초반에 머무르며 저조했다. 올해 3분기 신세계건설은 영업적자 903억원을 기록했다.

이밖에 신세계건설의 467.9%인 부채비율도 부정적 전망에 한몫했다는 설명이다. 태영건서르이 부채비율은 478.9%였고 또 다른 건설사인 코오롱글로벌(시공능력 19위) 역시 9월 말 기준 부채비율이 313%로 상당히 높다. 코오롱글로벌의 8월 말 기준 미착공 PF 우발채무 규모는 6,121억 원으로 위기감에 한몫했다. 

그간 그룹 내 지원을 받아왔던 롯데건설도 상황은 비슷하다. 롯데건설의 자기자본 대비 PF 보증 비율은 212.7%로 상당히 높고 앞서 나이스신용평가는 9월 말 롯데건설의 시행사에 대한 PF 우발채무 규모를 4조 9,700억원으로 추산한 바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국내 PF 대출 잔액은 134조 3,000억원으로, 3년여 전인 2020년 말(92조 5,000억원)보다 약 42조원(45%) 뛰어올랐다. PF 대출 연체율 역시 전년 말 1.19%에서 올해 9월 말 2.42%로 두 배 넘게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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