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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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머니=홍민정 기자] 국내 5대 은행에서 발생한 부실채권이 2023년 올 한 해 동안에만 5천억 원이 넘게 불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 금액은 4조 원을 넘어서면서 고금리 충격으로 대출금을 갚기 어려워하는 이들 역시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되자 은행 역시 큰 부담을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 발발 이후 몇 년째 계속 이어져온 금융지원 정책까지 간 안 한다면, 진짜 위기는 아직 도래하지도 않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분위기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이 떠안고 있는 고정이하여신은 총 4조 16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0%(5840억 원) 늘었다.

고정이하여신이란 금융사가 내준 여신에서 3개월 넘게 연체된 대출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부실채권을 분류할 때 잣대로 쓰인다.

일반적으로 금융사들은 대출자산을 건전성에 따라 다섯 단계로 나누게 된다.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이다. 그중에서도 고정과 회수의문, 추정손실에 해당하는 것을 고정이하여신이라 일컫는다.

은행별로 자세히 살펴본다면, 국민은행의 고정이하여신이 8989억 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32.8% 증가하며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은행은 8741억 원으로, 농협은행은 8514억 원으로 각각 7.6%와 34.8%씩 해당 금액이 빠르게 증가했다. 우리은행 역시 고정이하여신이 7011억 원으로 24.4% 증가했다. 조사 대상 은행들 중에서는 하나은행의 고정이하여신만 6909억 원으로 7.7% 줄었다.

그렇다면, 은행권의 부실채권이 확대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급격하게 상승 곡선을 그려 온 금리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아지자 자연스럽게 금융사의 여신 건전성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 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하며 고금리 시대를 열기 시작했다.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더욱 큰 문제는 아직 진짜 '위기'는 도래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2020년 4월부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해 대출만기연장, 상환유예조치 등이 시행됐다. 지속적으로 금융지원이 이뤄지면서 벌써 연체로 이어졌을 대출의 상당수가 아직도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이 위기를 부를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다만,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금융지원 규모가 감소 추세로 접어들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9월 말 대비 만기연장·상환유예 지원 금액은 23.9%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만기연장은 21.6%, 상환유예는 44.7% 축소됐다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 측은 "감소분 대부분은 차주 자금 사정 개선으로 정상 상환하거나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대환 대출한 것으로 파악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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