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센머니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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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머니=홍민정 기자] 2018년 결혼 후 전세로 살던 정모 씨(31)는 최근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 아파트(전용 49m²)를 7억 1000만 원에 계약했다. 은행에서 주택담보로 3억 9000만 원을 대출받았다. 해당 집은 1, 2년 전보다 집값이 무려 3억 원 올랐지만 집을 보러 다니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정 모 씨는 '오늘이 제일 싸다'는 말을 제대로 체감했다고 한다.

지난해 초만 해도 집 살 계획이 없었지만 전세계약 만료를 앞두고 집값과 전셋값이 동반 상승하면서 생각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은행에서 3억 3601만 원(47.3%)을 빌려 갚아야 할 돈이 산더미지만 “집값과 전셋값이 올라도 더 이상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라고 말했다. ‘영끌 매수’를 해서라도 집을 샀다는 데 만족하는 셈이다.

◆궁지에 몰린 2030, '부모 찬스' 동원해서라도..

노원구는 올해 서울에서 20, 30대의 매수 비중이 가장 많이 늘어난 지역이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주택 매입을 결심한 건 “지금이 내 집 마련의 ‘막차’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집값이 치솟고 청약 경쟁률이 높아지는 가운데 지난해 하반기(7∼12월) 전세난이 겹치면서 2030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주거 사다리의 첫 계단인 전셋집을 구하는 것부터 버거워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당장 집이 필요하지 않은 이들도 매수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부모님과 함께 사는 김 씨는 역세권이면서 소형 평수가 많은 상계주공 아파트를 매수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결혼을 대비해 신혼집을 미리 마련한 것이다.

◆ 영끌해도 이제 '내 집 못 산다' … 불안감 몰려와

이런 인식에는 자산 양극화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많다. 매수 사다리에 올라타는 것 자체가 쉽지 않으며, 이제 일반 직장인 월급으로 '티끌모아 태산'인 시대는 지났다. 자산 격차가 한번 벌어지면 좀처럼 따라잡을 수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심지어 주식이나 가상화폐, 부동산 투자로 월급으로 평생 모으기 어려울 정도의 거액을 번 또래들의 성공담은 이런 심리를 더욱 부채질했다.

현재 MZ세대의 부모들은 집 한 채로 자산을 늘린 시대이다. 부모들이 경험한 '부동산 불패'가 자녀세대로 이어진 것이다. 특히, 최근 몇 년간 2030대 사이에서도 '영끌'해서 집을 사냐 안 사냐에 따라 몇 년간 자산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걸 경험하면서 젊은 층에서 집을 사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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