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수 통역사.
임지수 통역사.

[센머니=김인하 기자]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감정을 최대한 중립적인 자세는 필수죠” 언론사 특파원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떠나온 이국 땅에서 처음 영어를 접하게 됐다는 그는 현재 각종 굴지의 기업과 국제적 회의에 참석하며 통역과 번역 일을 도맡아 해오고 있는 20여 년 경력의 통역사 임지수씨다.

어린 시절 책을 좋아하다보니 영어책까지 자연스럽게 섭렵하였다는 지수씨는 영어를 따로 흥미를 갖는 대상이라기 보다는 자연스러운 일상의 일부라고 받아들였다고 한다.

직업적 베테랑이 된 그지만 매순간 통역 일이 단순 영어만 잘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제대로된 한국어, 또 통역해야 하는 관련 업계 용어들을 파악하고, 말하고 있는 사람의 감정 상태까지 읽어내야 한다는 어려운 작업임을 깨닫는다고 했다.

임지수 통역사와 함께 그의 직업적 일상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Q. 처음 통역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어릴 때부터 통역사가 되고 싶어서 준비하는 경우도 많지만, 저는 통역 대학원에 진학해서 진로를 결정한 경우다. 당시 부모님께서 대학원에 진학하여 시간을 좀 더 벌면서 어떤 일을 할지 고민해 보라고 조언하셨다. 헌데 막상 대학원에 들어가니 정신없이 공부 따라가기에 바빠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고, 우연히 찾아온 기회가 지금까지 직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Q. 관련 대학원에 진학할 정도면 어릴 때부터 영어 과목에 흥미가 있었던 것 같다.

환경적인 요소가 컸다. 어릴 시절 언론사 특파원인 아버지를 따라 홍콩에서 영국 학교에 진학하게 됐다. 당시는 영어를 한마디도 못해서 학교에서 벙어리처럼 지내다가 외국인 친구를 사귀게 됐고, 매일 매일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실력이 늘어 영어가 편해졌다. 3년 정도 지나 다시 한국으로 귀국했을 때는 영어가 모국어인 한국어 보다 편하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어린 시절 자연스럽게 습득한 부분이 내 자신의 일부로 체득된 것 같다. 

Q. 통역사의 업무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큰 회의인 경우에도 식순이 변경될 때도 많고, 자료를 미리 주시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미리 모든 부분을 숙지하고 들어가면 좋겠지만 경우에 따라서 정말 ‘맨땅에 헤딩’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도 회의 2~3일 전에라도 자료를 받으면 밤을 새서라도 모든 자료를 다 읽어보고 파악한다. 단순 스케줄 뿐만 아니라 연사의 프로필, 회의에 필요한 업계 용어들도 따로 정리해 놓는 경우가 많다. 부족하다 싶은 경우에는 최대한 검색을 통해 많은 준비를 해서 현장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순발력 있게 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Q. 통역을 진행하다 보면 현장에서 이런저런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은데.

정말 무수한 일들이 벌어진다. 기억나는 한가지를 꼽는다면 울산에서 제철소 준공식 통역을 진행했을 때의 일인데, 그날따라 돌풍이 엄청났다. 준공식이 2시였는데 1시를 넘어선 시점부터 굵은 빗방울과 우박이 떨어져서 외부 행사장의 텐트가 휘청거릴 정도였다. 당시 주최측에서도 기상악화로 행사 취소에 대한 고민이 많아 보였고, 결국 공장 내부로 자리를옮겨 행사를 진행했던 기억이 있다.

공장 내부는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커서 진행 내용을 제대로 듣고 전달하기 힘든 상황이어서 통역을 하면서도 계속해서 소리를 치며 했다. 끝나고 목이 쉴 정도였지만 그래도 행사가 잘 마무리되어 뿌듯함 반, 홀가분함 반인 마음이었다.

Q. 환경적인 고충 외에도 직업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을 것 같다.

항상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것이 힘들다. 새로운 분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일이 워낙 잦다. 또 저를 제외하고 그들은 내용을 다 알고, 저는 생소해서 뒤에서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 한번이라도 다뤄본 경험이 있는 주제면 어떤 내용으로 전개될지 짐작이라도 가는데, 전혀 예상치도 못하게 흘러가는 경우가 있어서 철저히 사전 준비에 힘쓰는 편이다. 그래서 평소에도 최신 시사나 기술, 의학 등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분야에 대한 지식도 닥치는 대로 섭렵하려고 한다. 초창기에는 관련해서 스트레스도 받았지만, 현재는 ‘최선을 다하되, 마음의 여유를 갖자'라는 마음도 가지고 있다. 

Q. 같은 직업을 꿈꾸는 준비생들을 위한 조언을 하자면. 

특정 영화나 책은 개인마다 취향이 다를 것 같아서 고민된다. 물론 영미권 영화를 많이 보는 것은 확실히 도움이 된다. 하지만 통역을 위해 ‘영어’만 잘한다는 생각은 정말 큰 선입견이라고 말 해주고 싶다. 통역은 한국어에서 영어로 하는 통역도 있지만 영어를 듣고 한국어로 통역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영어 언어 자체에 대한 이해, 또 그들 문화에 대한 이해 등이 저변에 깔려 있어야 한다.

참고로 국제 회의 통역사의 삶에 대한 고충을 느껴보고 싶다면 2005년도 니콜 키드먼이 주연으로 나왔던 ‘인터프리터 (The Interpreter)’를 그리고 책은 한중 통역사이신 김진아 교수님의 ‘나는 중국어로 꿈을 꾼다’를 추천한다.

임지수 통역사는 끝으로, “통역사는 항상 통역을 하면서 어느 한 편이 되기보다는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물론 사람이라서 감정이 느껴질 떄도 있지만 감정은 최대한 배제하고 통역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이가 들어서도 통역 일을 꾸준히 하고 또 영어를 정말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도움을 주고 싶다는 뜻도 전했다.

저작권자 © 센머니 (SEN Mone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