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속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프리다이빙 강사 정은지.
물 속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프리다이빙 강사 정은지.

[센머니=김인하 기자] 애니메이션 속 ‘인어공주’처럼 물에서도 자유롭게 호흡할 수 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인어공주처럼 자유롭게 물속을 유영하는 ‘프리다이버’가 되기 위해서는 사실 많은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수중에서 다른 공기흡입장치 없이 맨몸으로 잠수하여 호흡만으로 물 속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안전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 과정 이수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한번의 큰 호흡으로 남들은 느낄 수 없는 바닷속 즐거움을 탐닉할 수 있는 ‘프리다이빙’. 수면 위에서 달콤한 한모금의 공기는 결코 잊혀지지 않는 강렬한 경험을 선사한다.

복잡한 소음이 가득한 일상에서 벗어나 고요한 물 속의 힐링에 매료되어 이를 ‘직업’으로까지 삼은 국내 최초 여성 프리다이빙 강사 정은지와 함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프리다이버 정은지의 모습.
프리다이버 정은지의 모습.

Q.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드린다.

국내 최초 여성 프리다이빙 강사이자 강사를 양성하고 있는 정은지 트레이너다. 2007년 스쿠버 다이빙을 한 것을 시작으로 2012년 프리다이빙을 입문하게 됐다. 물이 좋아서 시작했던 일들이 직업으로 연결된 경우다.

최근에는 한국해양대학교 수중잠수과학기술전공 석사 과정을 이수했다. 또 여성 최초로 해군 해군2함대를 시작으로 UDT, SSU, 해양경찰교육원, 경기소방학교 등에서 잠수와 구조를 하시는 대원분들을 대상으로 프리다이빙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저에게 계속 ‘최초’라는 타이틀이 앞에 붙는데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은 활동을 하고 싶다. 앞으로 물 속에서 해야 할 일들이 많다고 생각하고 현재도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있다고 생각한다.

Q. ‘스쿠버다이빙’ 강사에서 ‘프리다이빙’으로 전향,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원래 저는 스쿠버 강사로서 다이빙 교육단체 본부에서 근무했다. 근무 당시 회사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프리다이빙을 런칭하게 됐다. 그래서 그에 맞는 교재나 시스템을 만들고 담당해야 할 직원이 필요해졌고, 그때부터 저와 프리다이빙의 인연이 시작됐다. 마침 제가 수영을 좋아했기 때문에 다이버 과정부터 강사 과정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사실 처음부터 제가 원했다기 보다는 권유로 시작하게 된 경우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보면 순수하게 좋아서 시작하는 무언가도 시간이 지나면 마음이 시들시들해지고 관심이 떨어지기도 하는데 저는 의무감으로 시작해서 '오히려 더 정진할 수 있지 않았나' 싶은 마음도 있다.

Q. 프리다이빙의 매력에 대해 알고 싶다.

세가지 정도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로는 한번의 호흡으로 물 속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는게 가장 크다. 관련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스쿠버로서는 보기 힘든 ‘매너티’라는 해양생물과 만났던 순간이다. 정말 겁많고 순한 초식동물로 알려져 있는데 스쿠버는 호흡소리 때문에 경계를 받아 가까이 다가갈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프리다이빙으로 다가가니 오히려 저를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보고 강아지처럼 졸졸 따라왔던 신비로운 순간이 생각난다.

두번째는 다이빙을 하면서 스스로 한계를 설정할 수 있고 그것을 뛰어넘었을 때의 쾌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프리다이빙의 순간은 정말 힘들지만 그 한계점을 뛰어넘었을 때 나도 모르게 스스로 “잘했어!”라고 독려하고 칭찬하게 되더라. 실상 어른이 되고 나서는 스스로 칭찬을 할 일이 거의 없는데 프리다이빙은 마인드컨트롤이 중요한 요소를 차지해서 긍정의 기운을 알게 모르게 많이 받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는 제가 목표한 프리다이빙 수심을 달성하고 수면 위로 올라오는 순간을 결코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숨참기를 마치고 수면에 도달했을 때 마셨던 첫 호흡이 정말 짜릿하면서도 강렬하다. 찰나이지만 '그 재밌는거 다시한번 해보고싶다'라는 순수한 욕망이 생긴다.

Q. 일반 해녀와 잠수법이 다른 부분이 있다면?

두 가지 다 한번의 호흡으로 숨을 참고 들어가는 활동이지만 해녀분들은 물 속에 들어가서 경제활동에 필요한 수산물 채집이나 사냥 등을 위해 수중에서 활동하는 반면, 프리다이빙은 단지 물속에 들어가서 수심, 시간, 거리 등을 더 오래하기 위해 움직이는 활동이다. 스포츠적인 요소가 충분히 있기 때문에 매년 국내외, 인도어와 오픈워터(해양)에서 프리다이빙 대회가 진행되기도 한다.

청각장애여성들과 프리다이버 정은지의 모습.
청각장애여성들과 프리다이버 정은지의 모습.

Q. 프리다이빙을 하며 생긴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위밋업과 룰루레몬 here to be 사회공헌활동 프로그램 지원을 받아 여성 청각장애인분들을 대상으로 프리다이빙 과정을 진행한적이 있다. 이 분들에게 프리다이빙이 너무 배워보고 싶었는데 정보가 없어서 그간 배우지 못해 왔다는 말씀을 듣고 참 속상했다.

교육은 수화 통역사 분을 거쳐서 무리없이 진행되었고 신체장애는 물 속에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여실히 깨달았다.

특히 이 분들 중에 처음 물이 무서워서 얼굴만 물에 담가도 경직되던 학생분들이 계셨는데 불과 몇 차례의 수업만으로도 10m 수심을 자유롭게 오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저 또한 놀라움을 느꼈다. 

누군가에게 충분한 발전이 되고 도움이 되는 것만으로도 ‘내가 프리다이빙 강사 하기를 참 잘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Q. 프리다이빙을 특별히 권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누구에게나 좋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쌓여진 바다에서 프리다이빙을 할 줄 안다는 것은 내가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기의 상황에서 나를 살려낼 능력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어린시절 물에 빠져 트라우마를 겪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꽤 많은 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덮어놓고 '위험해, 하지마'라기 보다 그럴수록 어린 친구들이 프리다이빙을 배운다면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도 배우고, 자신감도 키울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Q. 앞으로 개인적인 꿈이나 목표가 있다면?

앞서서 누구에게나 프리다이빙을 권유한다고 했던 말처럼 실제 장애를 가지신 분들, 그리고 경력단절 여성분들과 사회취약계층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도 직업으로써의 프리다이빙 교육을 진행하고, 직업적으로도 자리잡으실 수 있게 도움을 드리고 싶다. 큰 포부가 있다면 전문적인 센터를 만들고 싶다.

전에 청각장애인 분들을 교육하면서 느낀 부분이지만 '물 속에서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또 다른 신체 장애가 있더라도 충분히 소통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다'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 요즘은 신체 장애보다 마음의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은 사회가 아닌가.

배움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장애 여부는 관계없이 그에 대한 기회는 언제나 열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 또한 지도자로서 '더 책임감 있게 이 길을 가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Q. 끝으로 자유롭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앞선 얘기와는 조금 다르지만 국내, 외 전세계 모든 바다가 다이빙하는 모든 사람들의 일터다. 비단 다이빙뿐만 아니라 바다에 의존해서, 바다라는 공간을 빌려 살아가는 분들이 많다. 헌데 뉴스에서 나오는 심각한 쓰레기 문제들은 직접 바닷물 속에 들어가서 겪어보는 사람들만이 알 수 있다. 실제 눈으로 보면 실상이 정말 심각하다. 본인이 버린 쓰레기가 결국 돌고 돌아 본인에게도 결국 영향이 있다는 아주 당연한 사실을 많은 분들이 인지하였으면 한다. 개인이 전하기에 거창한 메시지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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