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 pixabay. 재판매 및 DB화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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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머니=홍민정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법의 날인 25일 ‘벌금을 재산·소득에 비례해 부과하자’며 재산비례 벌금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하면서, 해당 제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재산비례 벌금제란 동일한 범죄 행위에 대해 경제적 약자보다 부자에게 더 많은 벌금을 부과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범죄의 경중에 따라 벌금 일수를 정한 후, 피고인의 재산과 경제적 능력을 고려해 하루치 벌금액을 정하게 된다.

이 지사는 자식의 페이스북을 통해 "현재 개인의 형편과 상관없이 획일적으로 벌금을 부과하는데, 같은 죄로 벌금형에 처해도 부자는 부담이 크지 않아 형벌 효과가 떨어지고 빈자에게는 더 가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만약 A라는 사람이 범죄를 저질러서 10일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면, 실업자는 1일 벌금을 5만 원씩 계산해서 5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

반면, A가 재산이 100억이 넘고 급여소득이 높을 경우에는 1일 벌금이 100만 원이 된다. 즉 1천만 원의 벌금을 물게 되는 것이다.

과거에도 총액 벌금형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은 꾸준히 거론돼왔다. 실제로 1992년부터 재산비례 벌금제의 필요성이 제기됐으며, 지난 2019년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후보자 당시 도입 의지를 밝히고 당정이 도입 방안을 논의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핀란드는 100년 전인 1921년, 독일도 1975년에 이 제도를 도입했다. 실제로 판리 틸라 그룹 야리바르 회장은 규정속도를 1km 초과로 벌금 112,000유로를 낸 적이 있다. 한화로 환산하면 약 2억 원이다.

반면, 2017년 정일선 현대 BNG 스틸 사장은 운전기사들을 주 80시간 넘게 근무시키고, 폭언과 폭행을 서슴지 않아 근로기준법 위반혐으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범죄 사실로 보면, 정일선 사장이 더 무거 워보이지만 핀란드 회장이 훨씬 큰 액수를 부담했다. 바로 재산비례 벌금제 때문이다.

재산비례 벌금제는 형벌효과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로 스웨덴, 오스트리아, 프랑스, 스위스 등의 국가들이 택하고 있다.

단, 재산비례 벌금제는 재산소득의 정확한 파악이 힘든 것이 한계이다. 공직자, 직장인은 근로소득세를 투명하게 납부해 파악이 용이하다.

그러나, 소득자료가 부정확한 자영업자 및 프리랜서, 차명계좌를 갖고 있는 경우 재산과 소득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다. 간혹 세금을 내기 싫어 위장이혼을 하거나 재산을 은닉하는 이들도 있다.

국세청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장치를 만들지라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누락된 재산은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재산비례 벌금제는 양날의 검이라 볼 수 있다. 형벌효과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일 수도 있으나, 동일 범죄행위에 서로 다른 형벌을 내리는 자체가 차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산비례 벌금제에 대한 한계도 분명 존재한다. 실제로 영국은 1992년 재산비례 벌금제를 도입 후, 판사가 형량을 결정할 때 재산을 고려하는 것이 판단에 방해가 된다는 등의 이유로 시행된 지 6개월 만에 중지됐다. 일본에서도 도입 논의가 있었으나 무산된 바 있다.

한국에 재산비례 벌금제가 도입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형법 개정이 필요하다. 또, 단순히 소득을 기준으로 벌금을 선고하기보다는 나이나 학력, 과세증명자료를 종합해 금액 구간 표를 마련해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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