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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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머니=홍민정 기자] 크레디트스위스(CS)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후폭풍을 견디지 못했다. 스위스 최대은행 UBS가 빠르게 인수를 결정하면서 일단 급한 불은 끈 상황이다.

그러나, 크레디트 스위스(CS)의  160억스위스프랑(약 22조6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AT1)을 모두 상각처리하면서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주식보다 안전한 채권을 사들인 CS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되자, 투자 심리가 빠르게 식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뱅크런이 본드런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뱅크런은 대규모 예금인출, 본드런은 연쇄적으로 채권을 매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 날벼락 맞은 CS 채권 투자자 …가치는 어디로?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위스 금융감독청(FINMA)은 173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AT1)을 완전히 상각 처리한다고 전했다. 도이체방크, HSBC, BNP파리바 등 주요 은행들의 AT1 가격은 6~11센트 하락했다.

AT1은 원금을 잃거나 투자금이 자본으로 전환될 수 있단 점에서 일반적인 채권보다 수익률이 높은 것이 장점으로 꼽혔다. 특히, 은행도 자본 완충 기능을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채권 상각이란 회수가 불가능한 채권이 발생했을 때 이 채권을 회계상 손실로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상 채권의 가치가 0에 수렴하는 것이다.

채권 상각 규모는 2750억 달러이다. 한화로 360조에 달하며, 유럽 전체 AT1 시장에서 역대 가장 큰 손실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아르비온투자그룹의 마크로 팹스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로이터에 “AT1은 훨씬 더 문제가 많은 자산 등급이 됐다”며 “현재 중대한 신뢰 위기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미 로펌 퀸 에마누엘은 AT1 채권 투자자 구제방안을 돕기 위한 법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마빈 첸 애널리스트는 "CS 거래는 채권 보유자들에게 상당한 손실을 안겼다"며 "지역 투자자들은 금융 시장 혼란과 꼬리 위험에 대한 익스포저를 재조사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영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21일 보고서에서 “코코본드, 하이일드, 레버리지론 등 위험군 자산에 대한 투자 위축이 예상된다”며 "이렇게 한번 이슈가 불거진 이상 향후 신종자본증권의 고유 리스크(상각 가능 조건)에 대한 충분한 비용이 요구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한편, 일각에선 AT1 투자자들이 위험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만큼 손실은 어쩔수 없다는 입장이다. CS의 유동성 위기로 인한 채권 가치 하락은 예견된 수순이란 의견도 지배적이다. '재앙 채권'과 유사하다는 의견을 내놓는 이들도 있다.

가장 직접적인 타격은 당연히 유럽 AT1 시장에서 나타날 것이지만 전세계 AT1 시장으로 확산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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