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금을 빌려준 후, 돌려받지 못한다면 '사기죄' 성립 가능할까

손무현 변호사
손무현 변호사

오래전 A(43세)씨는 중국인 여행객이 자주 오는 N빌딩에 명품숍 운영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나 자금이 부족해 임차 보증금 지급이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됐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인 B(45세)씨를 찾아 사업 자금(임차보증금) 대여를 부탁했다.

A 씨는 B 씨에게 다음과 같은 조건을 내걸었다. ▲보증금 3억을 빌려주면, 높은 수익을 올려 5개월 만에 갚고 수익금의 30% 약속 ▲두 달 정도 운영해보고 매장 운영이 힘들어지면 보증금을 다시 돌려주기로 제안했다.

그러나, 명품숍 개업 후 사드(THAAD) 관련 문제가 발생해, 중국인 관광객이 현저히 줄게 됐다. A 씨는 3개월 만에 폐업을 신청했으며 미지급한 임대료와 위약금을 제외하면 남는 보증금이 거의 없어 B 씨에게 돈을 돌려주지 못했다.

위의 사례만 봤을 때, B 씨는 A 씨를 사기죄로 고소할 수 있을까.

 

◆ 사기죄 객관적 요건 확인

우선 사기죄는 객관적 요건인 기망행위, 피기망자의 착오, 착오에 따른 처분행위, 피해자의 재산상 손해 주관적 요건인 편취의 범의가 모두 인정되어야 성립할 수 있다.

사례의 주요 쟁점은 A의 기망행위(속이는 행위), 기망행위에 따른 처분행위(인과관계, A의 편취의 범의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 A의 행동, 기망행위라 보기 어려워

A는 B에게 돈을 빌릴 당시 ‘높은 수익을 올려 5개월 만에 갚겠다’,‘장사가 잘 안되면 보증금을 돌려받아 변제 하겠다’고 약속했다. 얼핏 보면 A가 B를 상대로 수익성과 변제방법을 속였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상거래에 있어서 상대방에게 그 기업의 자산가치나 수익성 등에 관하여 다소 과장하여 고지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며 "그 과장이 일반 상거래의 관행과 신의칙에 비추어 시인될 수 있는 정도라면 사기죄에 있어서 위법한 기망행위가 아니다"고 말했다. (대법원 1983. 8. 23. 선고 83도 1447 판결 등 참조)

결국 A의 약속은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대부분의 분양광고가 과장광고라 하더라도 사기죄에 해당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 기망과 편취 사이의 인과 관계 성립 불가

사업장의 임차보증금은 밀린 차임을 제외하고 돌려주게 된다. 그러나, 명품숍이 폐업한 상태에서 보증금을 100% 돌려받기 힘들다고 판단하는 것이 대부분이며, 기망과 편취 사이의 인과관계는 인정받을 수 없다.

 

◆ A의 편취 범의 존재 여부가 핵심

A에게 처음부터 변제의사나 변제능력이 없었고 편취의 범의가 존재했었다고 볼 수 있을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법원은 "경영자로서 도산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숨기고 거래했더라도 사업 성공의 가능성을 믿고 성실하게 이행할 의사가 있었던 때에는 그 편취의 범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결론적으로, A가 돈을 빌릴 당시 사업을 이행할 의사가 있었다면 편취의 범의가 존재했다고 볼 수 없다.

 

◆ 전문가 의견

A는 사드(THAAD) 사태라는 예상치 못한 문제에 직면해, 금액을 변제할 수 없었던 것이므로 형사 고소가 아닌 민사소송의 영역이다. 사기죄에 해당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 사례도 구체적 내용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쉽게 말해 B가 A와 자금 차용 계약 당시 임차보증금 외에 사업 자금이 존재하는지를 확인하고 이를 A로부터 보증까지 받았는데, 사실은 A가 B로부터 빌린 돈 말고 자금을 구할 곳이 없었던 것이라면 사기죄에 있어서 기망행위는 인정될 수 있다.

만약 임차보증금 전액이 보장되지 않을지라도 A가 계약서 등을 통해 B에게 보증금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음을 명확히 했다면 사기죄가 성립될 수 있다.

위의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돈을 빌려주기 전에 상대방의 광고성 발언을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자료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관련 내용을 계약서 등 문서에 기재해 두는 것이 현명하다.

 

- 손무현 변호사

법무법인 세현 기업형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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