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에 있어서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 성립 여부

손무현 변호사
손무현 변호사

몇달 전 A는 여행에서 돌아오던 중 뒤에서 오던 차의 후방추돌 인해 차 범퍼가 손상되는 사고를 겪었다. 뒷 차 운전자의 과실이 100% 인정되어 가해 운전자가 가입한 B 손해보험으로부터 차량 수리비 전액을 보상받기로 했다. 그런데 차량 수리 과정에서 내부 계기판 이상이 발견되었고 수리를 담당하던 정비업체는 A에게 ‘계기판 부분도 보험 처리가 가능한지 확인하겠다’고 한 뒤 보험처리가 가능하다는 답변과 함께 계기판까지 수리해 차를 돌려주었다. 

하지만 몇일 후 A는 B 손해보험 소속 SIU(Special Investigation Unit: 보험사기특별조사팀) 직원으로부터 ‘계기판 부분은 해당 사고로 인한 것이 아닌데, 이를 알면서 보험금을 청구하여 받았으니 보험사기이며 고발 조치할 것이다.’ 라는 연락을 받았다. A는 이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 

A의 항의가 있자 이번에는 B 손해보험 담당 팀장 C가 A에게 연락해 ‘일종의 거스름돈 사기와 비슷하다. 고발당하면 벌금만 해도 수 천만원이고 회사에도 알려지게 되어 사회생활에 지장이 있다.’ 고 말하며 보상받은 수리비 환불을 요구했다. 경찰서 한 번 가보지 않았던 A는 결국 고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B 보험회사에 보험금 전액 즉 수리비 전부를 돌려주었다.
 
위 사례에서 과연 A는 정말로 C팀장 말처럼 거스름돈 사기와 유사한 사기죄에 해당하는 것일까?

사기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방을 속이는 행위인 기망행위가 존재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보험사기라고 하면 사고가 아닌데 사고를 가장한다는지 아니면 환자가 아닌데 입원한 것과 같이 적극적으로 보험회사를 속여 보험금을 청구한 경우일 것이다. 

거스름돈 사기는 거스름돈을 더 돌려받고 이를 알고서도 모른 척 하는 경우를 말하며 이러한 소극적 기망을 부작위에 의한 기망이라고 한다. 

대법원은 ‘사기죄에 있어서 부작위에 의한 기망은 법률상 고지의무 있는 자가 일정한 사실에 관하여 상대방이 착오에 빠져 있음을 알면서도 이를 고지하지 아니함을 말하는 것으로서 일반거래의 경험칙상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당해 법률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신의칙에 비추어 그 사실을 고지할 법률상 의무가 인정된다’고 밝히고 있다. (대법원 2004. 5. 27. 선고 2003도4531판결 등). 

그렇다면 A가 B 손해보험을 상대로 부작위에 의한 기망을 한 것일까? 

부작위에 의한 기망은 법률상 고지의무 있는 자가 상대방이 착오에 빠져 있음을 알면서도 이를 고지하지 않은 것을 말하는데, A의 경우 B 손해보험의 착오 즉 계기판이 사고로 일어난 것인지에 대한 사실 여부를 몰랐기 때문에 고지하지 않은 것이다. A는 단지 정비업체의 말을 믿었을 뿐이고 애초에 계기판까지 사고로 인한 것인지에 대한 1차적 판단 역시 B 손해보험이 하는 것이다. 따라서 A의 행위를 두고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라 할 수 없다. 

대법원 역시 부작위에 의한 기망을 판단함에 있어서 ‘ 피고인이 그 사실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고지하지 아니한 것이라면 고지의무 위반의 죄책을 물을 수 없다.’ 라며 (대법원 1985. 4. 9. 선고 85도17판결), 잘 알지 못하는 것을 고지하지 않는 것을 두고 사기라 할 수 없다고 선고했다. 

결국 위 상황은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보험사기가 성립될 수 없다. 

2016년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시행되었고 법 시행으로 인해 보험회사가 좀 더 쉽게 보험사기를 고발하고 그에 대한 수사가 이루어져 보험사기 적발이 용이해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보험회사의 일방적인 조사결과로 정당하게 보험금을 지급받은 사람들도 피의자 신분이 되어 수사를 받으며 정신적 고통과 함께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게 되는 등 부정적인 측면도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보험회사에게 쉽게 고발할 수 있는 권한을 준 만큼 이를 남용하지 못하도록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먼저 보험회사가 직접 수사기관에 고발 등을 하는 경우 갖추어야 할 기준을 정하고 이를 위반 시 제재할 수 있는 규정을 두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보험회사 측의 위법한 고발 등이 무혐의 또는 무죄로 결론 날 경우 보험회사가 그 보험금에 비례한 적절한 배상액을 보험가입자 등에게 지급하는 규정을 마련하는 것도 요구된다. 

보험가입자들은 자신의 행위가 보험사기에 해당하는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금융감독원 보험사기방지센터에 피신고인 또는 피고발인의 법률 상담을 위한 별도의 창구를 마련하는 방법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손무현 변호사

- 법무법인 세현 기업형사팀

- 前 법률사무소 지언 변호사

- 前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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