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Y Korea (한국 뉴욕주립대) F.I.T 프로그램 부디렉터 및 교수로 재직중인 구본국.
SUNY Korea (한국 뉴욕주립대) F.I.T 프로그램 부디렉터 및 교수로 재직중인 구본국.

[센머니=구본국 칼럼니스트] 많은 이들이 기대에 찼던 2020년의 시작은 그와는 반대로 1월부터 COVID-19으로 인하여 많은 부분들을 잃었거나 바뀌었으며, 패션업계도 크나큰 타격을 입었다.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국내에 비해 해외 브랜드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으며, 그나마 큰 규모의 브랜드는 CHAPTER 11(파산보호신청)을 진행하는 등의 업체들의 뉴스로 가득 찼다. 이는 COVID-19이 시작된 시점으로부터 1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도 계속 진행중이며, 북미 패션 시장으로만 비교했을 때는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때 보다 몇 배는 심각하다고 느껴진다. 현재까지 살아남은 브랜드들도 내년에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2020년 3월부터 11월까지 WWD 기사 전문 캡쳐
2020년 3월부터 11월까지 WWD 기사 전문 캡쳐

그나마 다행인 점은 브랜드들은 살아남기 위해 재빠르게 규모의 축소, 구조의 변경, 새로운 기술 도입, 브랜드의 방향을 변경함으로써 아직 안정적이라고는 장담하지 못하지만 CHAPTER11에서 벗어나거나 하향곡선에서 올라가는 등 반등의 뉴스들이 가을부터 조금씩 나오고 있다.

여기서 여러가지 기술들 중에서 가장 부각을 나타내는 두가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선 가상의 3D 디자인 프로그램인 CLO3D와 AI 딥러닝 기술을 이용하여 실시간 패션 트렌드를 제공하는 OMNIOUS이다.

국내외로 위와 같은 기능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은 여럿 있지만, 그 중 업계에서 가장 인지도가 있는 두 곳 모두 한국 회사다.

CLO3D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자면, 지난 수십년 동안 국내외 패션업계에서 사용되는 디자인 프로그램은 어도비사의 일러스트레이터(Illustrator)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지는 도식화(2D Flat Sketch)를 이용해 작업지시서를 만들고 여러번의 샘플을 만들고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하여 품평회를 거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이미 많은 시간과 자원이 낭비되며, 해외에 바이어가 있을 경우에는 그에 대한 시간과 비용이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에 대한 솔루션 중 하나인 CLO3D는 프로그램을 통하여 2D가 아닌 3D로 디자인되며 실제 샘플로 리뷰하는 대신 최종 샘플 직전까지의 리뷰를 대체하여 시간과 자원의 낭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이 점은 CLO가 가지고 있는 기능들 중 10%도 안 되며 이미 북미 시장에서는 몇 년전부터 활발하게 사용 중이며, 팬데믹 이후 수요가 높아졌다. 가장 큰 이유는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대면으로 진행되었던 많은 부분(샘플 리뷰, 피팅)들이 비대면으로도 가능해졌으며, 시간과 재정적으로도 낭비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국내 시장에서는 해외만큼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지는 않다. 해외로 수출하는 벤더의 경우 이미 몇 년 전부터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지만 내수시장은 회사 시스템상 도입되기가 쉽지 않으며 비교적 타격이 적은 내수시장에서는 그만큼 해외에 비해 프로그램의 필요성이 적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국내에 약 70여개가 넘는 대학교에서 이 프로그램을 정식 교과목으로 채택하고 있으며 많은 디자이너들이 프리랜서로 일을 하고 있지만, 벤더 외에는 내수기반의 큰 회사나 브랜드에서 사용은 없는 걸로 파악되고 있다.

그랜드 조선호텔 유니폼 3D로 실제작 비교
그랜드 조선호텔 유니폼 3D로 실제작 비교

이번에 진행한 신세계 조선호텔에서 새롭게 런칭하는 브랜드들 중의 하나인 그랜드 조선의 유니폼 프로젝트는 해외처럼 내수 브랜드와의 협업은 아니지만 현재 국내시장 상황을 볼 때 3D 디자인 프로그램이 가장 잘 사용된 예시라고 볼 수 있다.

비 의류업계 종사자들은 그동안 손 스케치만 가지고 디자인과 디테일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에 실제 샘플을 여러 번 제작해 마지막 제품으로 맞춰가는 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3D를 이용하여 이제는 그들도 옷의 디테일이나 디자인을 좀 더 쉽게 이해하여 정확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불필요한 샘플의 단계를 줄이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실제로 가장 먼저 진행한 그랜드조선의 경우 기존의 2D스케치나 손스케치보다 호텔측의 피드백이 좋아 다음 프로젝트인 4성, 포포인츠 남산, 6성호텔의 모든 유니폼을 3D 디자인으로 진행 중에 있다.

20여년전 학생일때 어도비사의 일러스트레이터는 새로운 프로그램이었고,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스케치나 손으로 도식화를 그리는 정도였다. 당시 업계에서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도입할 필요성이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어떤 회사나 브랜드도 일러스트레이터를 사용하고 있으며, CLO3D도 같은 맥락으로 당장은 아니지만 앞으로 패션업계에서 사용하는 주된 프로그램들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 이 기사는 센머니가 발행하는 오프라인 매거진 '인사인사이드' 1월호에도 동시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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