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장에서 제보자가 건넨 당근을 손에 쥐고 있는 원숭이, 물을 핥아먹는 또 다른 원숭이의 모습(출처=제보자 블로그 게시글)
사육장에서 제보자가 건넨 당근을 손에 쥐고 있는 원숭이, 물을 핥아먹는 또 다른 원숭이의 모습(출처=제보자 블로그 게시글)

[센머니=홍민정 기자] 대구에 위치한 동물원에서 코로나 19로 운영이 힘들어지자, 동물들에게 물과 사료를 제대로 공급하지 않고 방치해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방치된 동물들을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인근 주민이었다.

대구 달성군 가창면에 위치한 에코테마파크의 풍경은 폐허를 연상케 했다. 수개월간 영업을 중단해, 부서진 시설물과 쓰레기들이 가득했고 동물원 입구에는 '임시 휴장'이라는 팻말이 붙어있었다.

원숭이 네 마리가 있는 공간에는 고드름이 가득했고, 천장으로 찬바람이 그대로 들어왔다. 원숭이 네 마리는 추위에 떨며 사람들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었다.

원숭이뿐만 낙타, 오리 등의 동물들도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낙타는 목이 마르고, 몸이 축 처진 상태로 입에 거품이 잔뜩 껴있었다. 오리와 라쿤은 똥이 가득한 사육장에 박혀있어 사람이 주는 호스로 물만 겨우 얻어먹을 수 있었다.

이를 최초로 목격한 주민은 동물들이 너무 안쓰러워 몇 개월간 동물원을 찾아 식수, 과일, 사료 등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갈수록 심해지자, 주민은 커뮤니티에 이 사실을 제보했고 ‘동변’(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을 통해 도움의 손길을 받을 수 있었다. 여기에 동물보호단체 비글 구조 네트워크(비구협) 역시 동참했다.

비구협이 공개한 사진은 더욱 놀라웠다. 동물원 투명 유리 안에는 거위, 멧돼지, 염소가 전부였으며 인기척을 느낀 거위는 울부짖기까지 했다. 굶주린 토끼는 먹을 것이 없어서 흙과 나뭇가지를 파헤치기도 했다.

많은 이들을 더욱 경악케 한 것은 동물원 측의 만행이었다. 토끼, 양, 염소들을 관리하기가 힘들어졌다는 이유로 목을 줄로 매달아 잔인하게 죽였다는 것이다. 실제 동물원 내에는 염소가 줄에 매달려 죽어있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 비구협은 대구시청과 대구지방환경청에 동물학대 관련 증거사진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난 7일 대구시는 해당 동물원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수사결과 해당 동물원에는 낙타와 원숭이·라쿤·염소 등 5종 13개체가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염소와 양은 명절 전에 다른 시설로 이전할 예정이며, 즉각 이전이 힘든 낙타와 일본원숭이는 타 기관과 적극 협의해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방치된 라쿤의 모습(출처=제보자 블로그)
방치된 라쿤의 모습(출처=제보자 블로그)

그러나, 현재 동물원 측은 학대 의혹을 부정하고 있다. 직원들이 동물을 꾸준히 관리하고 보살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욕심으로 자유를 잃은 채, 평생 동물원에서 살다가 쓸모없어지자 다시 방치된 동물들. 코로나19로 운영이 힘들어졌을지라도, 적극적인 이전 조치와 관리만 있었다면 몇 개월간 방치되면서 극심한 공포에 시달릴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한편,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동물원 관리를 하지 않고 무시하고 있는 관리자들로 동물들이 죽어간다. 동물원을 조사하고 동물들을 도와달라"는 글이 게재됐다. 7일 기준 3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상태이다.

저작권자 © 센머니 (SEN Mone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