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 pixabay. 재판매 및 DB화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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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머니=홍민정 기자]

"제 딸은 엄마가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아빠 혼자서 출생신고가 불가능합니다"

엄연히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살고 있지만,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아이들이 있다. 바로 미혼부의 자녀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A 씨는 베트남 국정의 여성 B 씨와의 사이에서 딸을 낳았다. 그러나, 아이를 낳자마자 B 씨는 집을 나갔다. A 씨는 딸의 출생신고를 하려 했지만 거부당하고 말았다.

엄마의 경우 출생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모자관계가 성립된다. 그러나, 아빠는 인지 절차를 거쳐야 아이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 인지 절차를 거치지 못할 경우, 아이는 출생신고가 불가능하다.

또, 아이가 다른 사람의 친생자가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혼인관계 증명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아이의 생모는 현재 연락두절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자, 지난 2015년 ‘사랑이 법’이 도입돼 미혼부의 출생신고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현행 제도는 일반 미혼부가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기에는 한계가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랑이 법이 도입됐으나, 미혼부 자녀가 출생신고를 하려면 친모의 성명·등록기준지·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를 법적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친모의 인적사항이 조금이라도 드러나는 경우에는 출생신고를 거부당할 수 있는 것이다.

미혼부의 눈물을 닦기 위해 등장한 사랑이 법을 통해 출생신고 승낙을 받은 아이들은 14%에 그쳤다. 소송을 원하는 미혼부들도 있으나, 이 기간이 수개월에서 1년 넘게 걸리며 대부분의 미혼부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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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신고를 거부당한 아이들은 대한민국 땅에서 태어났지만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아이다. 국가나 사회로부터 어느 도움도 받지 못한다. 주민등록번호가 없으니 건강보험 혜택도 받을 수 없으며, 아파서 병원에 가도 치료비를 전액 부담해야 한다. 단순 감기로 내과에 방문해도 8만 원 이상의 거금을 내야 한다.

또, 필수 예방 접종, 건강보험 혜택, 아동 수당, 육아 지원 등 국가에서 지원하는 출산장려금 등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혼부들에게 상당한 심리적 부담감을 주며, 금액을 지불하기 어려운 이들은 아이가 아파도 제때 병원을 데려가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기도 한다. 더불어, 아이가 성장하면서 제대로 된 혜택을 받지 못해 초등학교 입학과 관련된 여러 부분도 거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혼부는 상대적으로 미혼보에 비해 사회의 지원도 미비한 게 현실이다. 아버지와 아이, 두 사람은 사회에서 아무런 도움도 받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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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부가족부는 복지 사각지대인 미혼부 자녀에 대한 지원 개선 방침을 제시했다. 미혼부가 가정법원에 ▲생자 출생신고 확인신청서(소장 사본) ▲유전자 검사 결과 ▲사회복지 전산관리번호를 주민센터에 제출하면 양육비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소외된 미혼부를 돕기 위한 대책으로 정부에서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으나, 위의 방침이 현실적으로 실효성을 지니고 있는지는 앞으로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우리가 몰랐던 세상, 미혼부와 그의 자녀가 겪는 아픔. 막중한 책임감으로 혼자 아이를 키우고 싶으나 세상은 그리 녹록하지 않고 그들에게 끊임없는 아픔만 준다. 5년 전 등장했던 사랑이 법과 달리, 새로운 제도가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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